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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지순례 셋째날
2023-06-23 05:59:33
박재필목사
조회수   222

로잔의 종교개혁 관련 교회들을 찾았습니다.

스위스 로잔(Lausanne)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도시 지명입니다. 세계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박물관이 로잔에 있고, 우리도 익숙하게 아는

네스프레스 본사도 로잔에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의 역사에서 한 분기점을 이루는 로잔운동과 로잔선언(혹은 로잔언약)이 바로 이곳 로잔에서 있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1974년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 국제대회>

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독교의 보수적인 가치를 기치로 내건 선교대회였고, 보수적인 기독교가 사회와 역사, 선교와 전도에 어떻게 기여할까를 고민하고 그 결과를

선언한 언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재확인하고, 성경의 권위와 능력을 선포하고, 우리의 구원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선언하여 기독론을 확립하고자 하는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선교와 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세계와 교회들이 선교와 전도를 위해서 협력해야

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보수기독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꼭 10년 전 2013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아시아 교회 리더십포럼(2013 Asian Church Leaders Forum)이란 대회가 있었는데, 아시아로잔위원회가 주관한 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제가 우리 청북교회의 전도와 교회분립 케이스를 46개국 대표들 앞에서 연설을 했었습니다. 우리 교회와 로잔의 인연이라면 인연입니다.

그 위대한 신앙운동과 선교운동의 고백이 성사된 곳이 바로 로잔입니다.

 

오늘은 로잔대회와 언약 때문에 찾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탐방하는 목적인 종교개혁 시기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로잔을 방문해서 관련된 교회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로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교개혁가는 '피에르 비레'(Pierre Viret)라는 목회자입니다. 어제 탐방코스 중에 비레가 출생한 오르브라는 작은 도시를 갔는데, 비레가 태어난

집은 역사적 사실만 간단하게 기록한 명패가 붙어있고, 다른 시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레가 잠시 설교를 맡았던 교회는 보수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보지 못하고

외관만 보았다고 어제 글에서 밝혔습니다. 피에르 비레가 본격적으로 종교개혁운동을 펼친 곳은 로잔입니다.

이곳 로잔은 스위스에서 한 네 번째쯤 큰 도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취리히, 제네바, 루체른을 이어서 인구 약 18만명 정도로 네 번째 큰 도시입니다.

이곳의 로잔공과대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대학이고, 로잔대학교 자체가 비레가 시작한 로잔아카데미에서 출발한 대학교입니다.

비레의 부모님들은 비레를 성직자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비레는 파리에서 유학하는 동안 마틴 루터의 책들을 읽으면서 종교개혁 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그가 학업을

마치고 고향 오르브에 돌아왔을 때 뇌샤텔의 목회자인 파렐(어제 방문한 내용)이 설득하여 오르브의 설교 목회자가 됩니다. 그 기간은 2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종교개혁의 불길이 유럽으로 확장되던 1536년 10월 기독교 역사에서 유명한 로잔논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칼뱅, 기욤 파렐, 그리고 비레 등 불과 서너 명의 종교개혁가들이

174명의 가톨릭 사제들과 일주일 정도 종교개혁과 신앙의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입니다. 오르브에서 설교목사로 목회하던 비레에게 스위스의 또 다른 개혁도시 베른의 정부가

논쟁에 참여해주도록 요청을 했고, 비레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 칼뱅과 파렐 등 개혁자들과 함께하게 됩니다. 이 논쟁의 결과, 대성당측의 수도사들과 사제들의 많은 수가

종교개혁가들의 진영에 합류하게 되었고, 가톨릭측은 로잔의 가장 중요한 성당인 노트르담대성당을 개혁교회 측에 넘기고 떠납니다. 그래서 로잔의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전 건물을 화강

암으로 지은 것으로 유명한 예배당이 개혁교회의 예배당이 되었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다양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이 있는데, 그중의 한편은 1536년 비레와 그의 진영이 로잔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레가 처음부터 대성당에서 목회한 것은 아니고, 로잔의 부목사 같은 위치를 갖고 대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성 프랑수와교회의 목회자가 됩니다. 지금도 이 교회 문 앞에는

비레에 대해 "우리 교회의 첫 번째 목사요, 설교가요, 신학자였던 비레"라는 명패를 붙여서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 프랑수와에서 짧게 목회를 하던 중 2-3년 후 로잔 전역의

담임목사인 피에르 카롤리가 갈등 끝에 교회를 사임하고, 대신 비레가 대성당의 목회자가 됩니다.

목회를 하던 도중에 베른 정부와 교회운영과 신학노선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 베른정부는 강압적으로 개입하여 비레를 구금하기도 했는데, 그후 칼뱅과 함께 제네바의 시민권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목회를 하였고, 로잔아카데미의 교수를 맡아서 사역을 계속합니다.

만약 16세기 종교개혁 운동 중에 로잔이 개혁교회 진영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개혁교회의 확장과 역사는 지금과 현저하게 달라진 모습이었거나 쇠퇴해서 소멸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중요한 전환점 한복판에 비레가 있습니다. 비레가 1571년 죽었을 때 낭트칙령을 발표해서 위그노(프랑스 개혁교회 교인들)들의 신앙의

자유를 선포했던 앙리4세의 어머니인 잔 달브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최근의 전쟁 기간 동안과  그 이후에 내가 입은 큰 손실들 중에 첫째가는 것은 하나님이 비레를 다시

데려가신 것이다." 비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탄식입니다.

4년 전 2019년에도 이곳 로잔을 방문해서 대성당과 성 프랑수와교회를 찾았는데, 이번에 보니 대성당의 의자들이 개인별 의자에서 장의자로 바뀌어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비레와 목회여정과 로잔의 선택 앞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하나님 앞에서 바른 길을 택해서 잘 이겨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대성당과 성프랑스와 교회를 떠나 어쩌면 이번 여정의 유일한 관광이랄 수 있는 몽블랑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샤모니라는 산 아래 마을에 도착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500m인

브레방이란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몽블랑은 모든 상념을 압도하는 규모였습니다. 우리 일행에게 몽블랑을 잘 보여주려고 했는지 날씨마저 기가 막히게 좋아서

몽블랑의 빙하와 눈 덮인 브레방 산을 잘 즐겼습니다. 그리고 내려와 박경수 인솔교수님이 음료를 대접해주신다고 해서 커피점에 앉아서 웃고 떠들며 즐기다가 한순간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세상을 다 날릴듯한 바람이 불어서 바깥의 파라솔들이 무너지려고 하고, 테이블 위의 무거운 접시들이 날아다니고 곳곳에서

테이블 위에 있던 음료병들과 컵들이 날아가 깨지는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약간 부상을 당한 팀원과 외국인들이 있었고,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순간 우리에게 재난이나 재앙이 닥치면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삶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신앙적으로 바르게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결국 어떤 상황이나 형편에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의지할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심인 것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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