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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지순례 일곱째날
2023-06-27 07:25:35
박재필목사
조회수   177

한국을 떠나 종교개혁지순례를 시작한지 오늘로 벌써 이레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루터의 여정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곳을 돌아보는 날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루터를 심문하기 위한 제국의회가 열렸던 보름스를 떠나 독일 금융과 상업의 최대도시로

알려진 프랑크푸르트까지 장거리를 왔습니다. 오늘 중요한 탐방지인 아이제나흐(Eisennach)와 에르푸르트(Erfurt)에 가기 위해 중간 지점인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를 묵어가기

위해서입니다. 보름스를 나서자마자 아이제나흐를 향해 가면 바로 보름스 경계에서 큰 강을 만납니다. 그 다리를 버스로 건너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루터가 심문을 마치고 이 길을

따라서 다시 아이제나흐로 향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서 편히 가지만 루터는 파문을 당한 채로 걸어서 이 길을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탐방할 아이제나흐에서 몸을 숨기게 됩니다.

루터가 1521년 4월 26일에 보름스를 떠나 1517년 10월 31일에 종교개혁의 서막을 알리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했던 비텐베르크를 향하고 있을 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5세는 소위 "보름스칙령"을 발표합니다. 그 내용은 모든 국민은 루터를 맞아들이지도 말고, 그에게 거처와 의복과 음식 등 어떤 도움도 주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교회에서 파문당한 것을 넘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까지 다 파문을 당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제 루터는 생명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이 됩니다.

그렇게 위험한 길을 가던 도중 5월 4일에 무장한 기병이 나타나 루터를 납치합니다. 그 납치는 나중에 루터의 종교개혁의 후원자가 되는 프리드리히 선제후의 기획이었습니다.

루터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납치'로 가장하여 루터를 자기 영지인 아이제나흐의 바르트부르크(Wartburg)라는 성 안에 피신을 시켰습니다. 많은 신학자들, 역사학자들은

루터의 종교개혁 연대표에서 바르트부르크에 숨어지낸 10개월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데 대부분 동의를 합니다. 루터의 초상화를 보면 보름스에서 심문을 당할 때까지는

아우구스트수도사의 모습대로 수도사 복장을 하고, 머리카락을 둘레만 남긴 채 삭발한 모습이었는데, 이곳에 숨어지내는 동안 변장을 위해서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수도사의 복장을

벗어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그리고 가명을 쓰면서 기사의 모습을 합니다.

루터는 1521년 12월 중순부터 단 11주, 약 3개월만에 신약성경 전체를 독일어로 번역합니다. 당시까지 독일어가 표준화 되지 않았었는데 루터가 사용한 성경번역의 용어들이

독일어의 표준이 되었고, 루터의 번역본은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번역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루터가 숨어지내며 성경을 번역하던 방을 보았습니다. 루터가 마귀의 유혹과 싸우느라고

사용하던 잉크병을 던졌다는 일화가 있는데, 지금은 그 잉크 자국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루터가 숨어지낸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아이제나흐 도시는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루터는 이곳에서 인생의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싸움으로 인해 우리가 오늘날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개혁의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르트부르크 성을 내려와 아이제나흐에 왔습니다. 이곳 아이제나흐는 루터에게는 외갓집 동네입니다. 루터가 어린 청소년 시절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보냈습니다.

아이제나흐의 게오르그교회에 속한 학교를 다녔고, 피신한 후에도 이곳을 주 활동무대로 삼았기 때문에 루터의 흔적이 많습니다. 게오르그교회 아주 가까이에 인류 최고의

음악가라고 하는 바흐를 기념하는 '바흐하우스'가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바흐를 기념해서 이 박물관을 바흐에게 헌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바흐는 게오르그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였고, 지금도 이 교회에서는 바흐음악제가 열리며, 예배당 2층은 아주 훌륭한 음악당처럼 좌석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게오르그교회 옆에는

루터의 흔적들이 전시된 박물관 '루터하우스'가 있어서 루터의 일대기와 물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의 바흐하우수에서는 바흐가 사용하던 악기들의 연주를 짧게 들을 수

있어서 그 시간이 되니까 좁은 방안에 각국의 탐방객들이 들어오는데, 바흐를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오늘따라 많았습니다. 이 작은 도시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게 신기했습니다.

아이제나흐는 루터와 바흐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였습니다.

 

아이제나흐를 떠나서 에르푸르트에 오면 가장 유명한 수도원인 아우구스트수도원에 이르게 됩니다. 이 수도원은 루터가 수도사가 되어 수련하던 곳입니다. 루터는 어린시절 수도원에

들어와 훈련을 하면서 그의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강권 때문에 가장 싫어하는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마음은 신학에 가 있었고, 법학보다 신학을 공부하려는

결심들을 아우구스트수도원에서 하게 됩니다. 수도사로서 평생을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서원을 한 곳이 바로 아우구스트수도원이었고, 젊은날 루터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외모는

다 이곳 수도원의 수도사로서의 모습입니다. 이 수도원에는 마틴 루터와 관련한 흔적들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모릅니다.

아우구스트수도원 예배당 정면 강단 바닥에는 자카클레(Johannes Zachakle)라는 유명한 수도자의 무덤이 있습니다. 루터는 바로 그의 무덤 위에 엎드려서 수도사로서 서약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자카클레는 루터보다 100여년 앞서 체코의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얀 후스(J. Hus)를 이단으로 정죄하여 화형을 시킬 때 재판장과 같은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자카클레 무덤 위에서 서약을 했던 루터가 훗날 종교개혁을 하면서 유명한 '에르푸르트 논쟁'에서 "얀 후스가 옳았습니다"라고 말하여, 이단을 옹호하는 인물이 되고 맙니다.

얀 후스가 복음을 위해 죽음의 길로 던져진 것처럼 루터 자신도 신부로서 교회에서 파문당하고, 카를 5세 황제에게 국민으로서 파문을 당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얀 후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종교개혁지에서 독일의 루터와 관련된 비텐베르크, 아이제나흐, 에르푸르트 등이 다 통일 전 동독의 땅이었습니다. 독일 통일 전에는 공산지역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동독 시절 하마터면 이 역사적 장소 아우구스트수도원이 허물어져 공공시설인 수영장이 될 뻔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하나님 은혜로 살아남아서

오늘날 종교개혁의 증인처럼 역사 속에 서 있습니다. 

에르푸르트 시내에 마리엔대성당이 있는데, 이곳은 루터가 사제로 서품을 받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아우구스트수도원이 수도사로 서약한 곳이라면 마리엔대성당은 신부로 서품을

받은 곳입니다. 그리고 시내를 잠깐 둘러보니 루터의 동상도 있고, 다른 예배당에는 루터가 이곳에서 설교했다는 기념명패가 붙어 있고, 저녁 식사를 한 식당 지하에는(화장실이 있어

내려가보니) 루터가 이집에서 손님으로 잠시 머물렀다는 기념명패가 붙어 있습니다. 그만큼 독일에서는 곳곳에 루터가 다닌 흔적들을 기념하는 표식들이 많습니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역사는 쉽게 흐르지 않습니다. 자유와 평화는 희생을 먹고 나온 결과물입니다. 누군가가 피를 뿌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선물입니다. 하나님은 영적으로 아주 민감한 루터의

예민성을 들어서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루터가 성경을 붙잡고 공포와 아픔으로 몸부림치던 상황을 그려보면서 나, 우리, 우리 교회, 한국 교회는 이런 아픔을 앓아보기나 했나,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우리에게 개혁의 기회가 끊임없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내가 영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깨어있지 못하면 우리의 사명은 끝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무슨

계획이 있으실까요? 주여, 나를 사용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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