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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지순례 넷째날
2023-06-24 09:19:17
박재필목사
조회수   226

오늘의 일정에다가 제목을 붙이면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칼뱅과 동행하는 날, 칼뱅을 만나는 날, 칼뱅과 대화하는 날?

무엇이라고 이름을 붙이든 상관없이 오늘은 칼뱅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를 이끄는 날이었습니다.

루터로 상징되는 도시가 비텐베르크, 츠빙글리의 도시가 취리히라면 제네바는 당연히 칼뱅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칼뱅으로 인해 종교개혁은 제네바를 넘어서

세계적인 흐름이 되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심에 당연히 제네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제네바를 돌아보았습니다. 이곳 제네바는 우리 장로교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장로교회 교인들은 칼뱅의 후예들이며, 제네바 교회를 마음에 두고 개혁자의 신앙을 추구합니다.

오늘날 제네바는 칼뱅의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칼뱅이 살았던 사택과 칼뱅이 목회하던 생 피에르교회, 칼뱅이 설립했던 제네바 아카데미로부터 시작된 제네바대학교,

그리고 칼뱅이 묻힌 무덤이 모두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생 피에르교회와 사택이 있는 길은 칼뱅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앙리 뒤낭이 설립한 적십자 본부를 비롯해 세계적인 국제기구의 본부들, 혹은 NGO 본부들이 제네바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놓은 것이 칼뱅의 업적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칼뱅은 제네바를 오늘의 제네바답게 만든 분입니다.

 

오늘 우리 순례단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스티용에 있는 종교개혁 기념조형물(Monument de la Reformation)이었습니다. 이 조형물은 칼뱅 탄생 400주년, 제네바아카데미

설립 350주년을 기념해서 1909년 착공하여 1917년에 완공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100m 정도 되는 길게 펼쳐진 조형물의 벽면에는 파렐, 칼뱅, 베자, 존 녹스의 순서로

위대한 종교개혁자 4인의 입상이 있고, 그 양 옆으로는 종교개혁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거나 이끌었던 개혁자들의 모습과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도록 만든 부조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이 조형물 위의 길을 따라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칼뱅이 목회하던 생 피에르교회가 있습니다. 아마 종교개혁 당시에는 교회 근처가 제네바의 중심이었을 것입니다. 바로 옆 골목에

제네바시청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6.25전쟁을 치를 때 휴전협상을 하고 그 서명을 했던 곳이고 그 외에도 무수한 외교적 체결들이 이 시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곳 생 피에르교회도 이전에는 가톨릭 성당이었지만 종교개혁 이후에는 개혁교회가 되었고, 오늘날은 개혁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칼뱅은 1536년에 제네바에 와서 생 피에르성당에서 목회를 하다가 시의회와 갈등이 있어 추방이 되어 스트라스부르에 피신하여 그곳에서 3년을 목회합니다. 그리고 3년마에

다시 교회와 시의회의 요청으로 생 피에르 성당에 돌아와서 별세할 때까지 25년을 목회합니다. 칼뱅이 이곳에서 목회하는 동안 형성된 개혁교회의 모습들이 오늘날의 우리

장로교의 신학과 신앙, 교회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을 돌아보면서 여전히 눈길이 가는 것은 칼뱅이 아픈 몸을 앉혀서 설교했던 칼뱅의 의자였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말씀을 선포했던 선배이자 선진인 목회자의 모델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칼뱅처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오늘도 그 앞에서 기도를 합니다.

생 피에르교회 바로 옆 건물은 칼뱅이 프랑스 이민자들과 종교탄압을 피해서 제네바로 피신한 위그노 교인들을 위해서 예배를 인도했던 칼뱅의 강당이 있습니다. 

칼뱅의 강당은 존 녹스 채플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존 녹스는 스코틀랜드 개혁운동가로서 제네바에 와서 칼뱅을 돕고, 그의 신학을 공부한 후에 스코틀랜드에

돌아가 종교개혁운동을 했고, 스코틀랜드를 장로교 국가로 만든 분입니다. 존 녹스도 이곳 칼뱅의 강당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민자들과 영어권 교인들을 위해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교회 입구 포스터에 보니 지금도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위한 예배가 매주일 열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강당에서는 예배만 드린 것이 아니라 교인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신학과 인문학 강좌들이 열렸습니다. 칼뱅, 존 녹스, 칼뱅의 후계자인 베자 등이 강의를 했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개혁교회, 장로교회는 공부하는 교회, 인문학을 연구하는 교회입니다. 

 

생 피에르교회를 뒤로 하고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칼뱅이 설립한 제네바 아카데미가 모태가 되어 발전한 칼뱅의 대학교(Calvin College)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입니다.

이런 발전이 거듭하여 지금은 세계최고의 명문 중의 하나인 제네바대학교가 되었습니다.

칼뱅의 흔적 마지막 장소로 찾은 곳은 칼뱅의 묘지입니다. 칼뱅은 임종을 할 때도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오직 하나님만 영광과 관심을 받으시도록 준비시켰습니다.

그것은 다른 종교개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드러나 영광을 받으시도록 하는 것이 개혁자의 정신입니다.

칼뱅의 무덤은 잊혀졌다가 겨우 찾아낸 것인데, 얼마나 작고 단촐한지 모릅니다. 단체로 온 순례가 아니라면 칼뱅의 무덤 옆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칼뱅이 이제는 죽은 자로서

무덤에 누워 무엇이라 외치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아마 "살아라"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 영광을 위해서 살아라,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라,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만큼 칼뱅의 후예답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와 한국교회는 칼뱅이 가르쳐준 개혁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나, 너무 일탈해 있지는 않나 반성을 했습니다. 

 

제네바 아카데미를 지나서 칼뱅의 무덤에 가기 전에 중간에 들른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문학자이며, 재세례파를 지지했던 세르베투스의 동상과 그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있는

언덕이었습니다. 이 기념비가 있는 장소는 개혁교회 세력에 의해서 세르베투스가 화형을 당한 곳입니다. 이 기념비는 후대의 개혁교회 사람들이 그런 잔인한 화형을 행한 것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세운 것입니다. 비문에 아주 진솔한 사과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칼뱅을 공격하거나 칼뱅에 대해 오해하는 많은 이들은 세르베투스가 화형을 당해 죽은 것이 칼뱅의 명령이라고 말하고, 칼뱅이 얼마나 과격하게 종교개혁을 했는지

그 반증이라고 공격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명백한 오해입니다. 당시 세르베투스는 유아세례를 반대한다는 것 때문에 국가반역죄로 수배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유아세례가 법으로 제정되어 있었고, 유아세례는 인구조사와 세금 문제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 체제를 거부했기 때문에 칼뱅은 개혁교회의 대적자인 동시에

가톨릭 구역에서도 숨어지내지 못하고 도피해야만 했습니다. 세르베투스가 붙잡혀 화형을 당할 때, 칼뱅은 화형을 명령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세르베투스의 죽음에 사과하는 개혁교회의 후예들이 500여년 세월이 흐른 후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유감을 표명하는 비석을 세운 것이 바로 그의 동상 곁에

있는 비석입니다. 세르베투스이 동상과 기념비 앞에서 아무리 옳은 개혁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여 가면서, 그리고 역사에 상처를 남기면서 하는 것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칼뱅이 세워가고자 했던 신앙의 정신을 잘 계승해서 정말 교회다운 교회,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하며 언덕을 내려왔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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