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루터의 길을 따라가는 날입니다.
숙소를 나서 루터 종교개혁의 시작이었고, 핵심이었던 도시 비텐베르크(Wittenberg)로 향하는 중간에 슈토테른하임(Stotternheim)이라는 들판에 세워진 기념비를 방문했습니다.
슈토테른하임은 밀밭이 끝없이 바람에 살랑이는 아름다운 평원입니다. 1505년 7월 2일 마틴 루터는 친구와 함께 부모님 집에 다녀오다가 이 들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도
경험을 했는데, 20도 내외로 쌀쌀한 날씨 가운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지축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해가 맑게 뜨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루터와 친구가 들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폭우가 쏟아졌고, 나무 밑으로 피했던 루터와 친구에게 벼락이 떨어져 루터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친구는 현장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루터는 그 자리에서 수도사가 되겠다고 서원을 합니다. 비석 뒤편에 그때 서원 기도문이 써 있습니다. "성 안나여, 나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제가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Hilf Du Sankt Anna, ich will ein Monch werden." 성 안나는 예수님의 외할머니, 즉 마리아의 어머니였고, 성인으로 추대되어 광부들의 수호성인이 됩니다.
마틴 루터의 아버지가 광부였기 때문에 루터의 부모들은 늘 성 안나에게 자신들을 보호해주시도록 기도했고, 어린 루터도 부모님들의 기도를 들으며 자랐기에 자기도 모르게
위기의 순간에 의식화된 대로 이 기도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신앙의 조기교육, 또는 교육의 의식화의 중요성을 봅니다. 부모가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자녀에게 의식화되어 남은 것이죠. 우리는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요? 나의 자녀들이 인생의 위기를 만나면 부모님이 기도하시던 대로 기도를 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기념비의 전면에는 독일어로 "이곳은 거룩한 땅, 하늘로부터의 번개로 젊은 루터가 그 길을 알게 되었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루터는 그 서원대로 이 벼락사건 15일 후인
1505년 7월 17일에 아우구스트수도원을 찾아 어제 쓴 대로 요한네스 자카끌레(Johannes Zachakle)의 무덤에 엎드려 수도사로 서약을 합니다. 이 자카끌레는 이전에
루터보다 100년 앞선 체코의 종교개혁가였던 얀 후스(Jan Hus)의 종교재판에서 재판장의 역할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훗날 루터는 "후스가 옳았다"는 말로 이단으로 정죄되어
죽은 후스의 편에 서면서 개혁의 불을 당깁니다.
아무튼 루터의 서원과 그 서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번개에 겁을 먹던 청년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면서 카를 5세 황제를 비롯한 절대권력자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의 신앙적 소신을 밝히고, 황제의 파문문서를 현장에서 불태워 없애는 용기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신앙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확신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해석을 합니다. 견고해진 믿음이 사람을 그렇게 변화시켰습니다.
슈토테른하임 기념비에서 이제 루터 종교개혁의 도시, 세계인들이 종교개혁이 시작된 곳으로 알고 있는 비텐베르크를 향했습니다. 독일 전역 어디를 가나 루터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비텐베르크는 기승전결 루터입니다. 지금은 독일 경건주의 신학의 대표적인 할레대학과 합병하여 하나의 대학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별도의 대학이었던
비텐베르크대학교가 이곳에 있었습니다. 루터는 이곳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비텐베르크대학이 있던 곳은 지금은 할레-비텐베르크대학의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도로 위쪽으로 약간만 더 올라가면 1517년 10월 31일 루터가 반박문 95개 조항을 써서 붙인 "성교회"가 있습니다. 성교회는 웅장했는데, 교회의 상징인
거대한 원형 첨탑의 둘레에 독일어로 "내 주는 강한 성이요"라는 문구가 써있었습니다. 종교개혁 당시에는 교회에서 사제들이 전부 라틴어를 썼기 때문에 독일어를 비롯한 자국어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독일어 찬송을 창작하여 부릅니다.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잘아는 찬송 "내 주는 강한 성이요"는
루터의 곡이며 통일독일의 국가이기도 합니다.
루터는 비텐베르크에서 종교개혁을 시작했고, 보름스에 소환되어 황제와 가톨릭교회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의 신앙적 신념을 황제 앞에서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숨어지내면서 성경을 번역합니다. 그리고 다시 비텐베르크에 돌아와 작센 주의 영주인 프리드리히 선제후의 후원으로 대단히 큰 규모의 사택을 받았고, 수녀였던 카타리나를 만나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시청 옆 "시교회"에서 목회를 하였습니다. 아내 카타리나는 매일 사택으로 찾아오는 하루 평균 30여명 이상의 손님을 맞아서 대접했다고 하였고, 루터가 사택
식당에서 그들과 나눈 대화를 "식탁담론"이라는 책으로 냅니다. 그래서 루터하우스 입구에는 드물게 루터의 동상이 있지 않고 아내 카타리나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루터가 아니라 아내 카타리나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루터에게는 멜랑히톤이라는 천재 신학자가 측근으로 있었습니다. 루터교는 루터가 발상을 하고 시작하였지만 루터교의 신앙과 신학, 교리, 직제 등을 연구하고 만들어낸 분은
바로 멜랑히톤입니다. 루터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멜랑히톤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루터가 죽고, 멜랑히톤마저 죽은 다음 교회는 멜랑히톤의 무덤을 루터의 무덤 곁에 만들어
주지만 루터의 부인과 멜랑히톤의 부인은 자기들 남편 곁에 묻히지 못하고 오히려 전혀 다른 곳에 묻히게 됩니다. 오늘 돌아본 시청 앞 광장에도 루터와 멜랑히톤의 동상이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츠빙글리에게는 프로샤우어가 있고, 칼뱅에게는 파렐이나 비레 등의 동역자가 있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루터에게는 언제나 멜랑히톤이 있어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아무리
능력이 큰 사람이라도 결국 함께 돕는 동역자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모세에게 여호수와 갈렙이 있고, 다윗에게는 세 장군, 삼십 명의 장군 등 동역자가 있었습니다. 바울에게는 디도와
디모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의 동역자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교회가 잘되고 부흥하려면 목회자 혼자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고, 옆에서 생명을 걸고 함께 동행하는 동역자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동역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곳에서 멜랑히톤의 서재 등이 보존된 멜랑히톤 하우스를 들렀고, 루터의 사택으로 제공되었던 루터하우스를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루터가 직접 목회를 했던 시교회를
자세히 보았습니다. 오늘 특히 의미가 있었던 일은 시교회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부속예배당에서 우리가 성찬식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서, 인솔자인 박경수 교수님이 집례를 하고
우리 순례인원 전원이 참석을 해서 성찬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남다른 체험이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루터가 목회하던 교회에서 떡과 잔을 받는 성례를 시행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측을 못했고, 일행 모두가 정말 놀라운 성찬을 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 일정이 매우 늦은
시간에 끝났음에도 모두가 그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자 하였습니다. 비텐베르크는 오늘 세상에서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신앙의 선물을 우리 일행에게 주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첨부 파일 |
---|---|---|---|---|
공지 | Mr. | aYlNlfdX | 2024-11-28 | |
115 | 하나님의 소명을 기억하라 | 박재필목사 | 2024-04-19 | |
114 | 마지막 기회 | 박재필목사 | 2023-12-30 | |
113 | 나이값 | 박재필목사 | 2023-12-12 | |
112 | 성경 속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 박재필목사 | 2023-11-03 | |
111 | 출산이 축복이 되는 나라 | 박재필목사 | 2023-09-24 | |
110 | 사라지고 있는 것들 | 박재필목사 | 2023-09-16 | |
109 | '장마'가 사라진다 | 박재필목사 | 2023-08-01 | |
108 | 종교개혁지순례 아홉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9 | |
107 | 종교개혁지순례 여덟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8 | |
106 | 종교개혁지순례 일곱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7 | |
105 | 종교개혁지순례 여섯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6 | |
104 | 종교개혁지순례 다섯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5 | |
103 | 종교개혁지순례 넷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4 | |
102 | 종교개혁지순례 셋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3 | |
101 | 종교개혁지순례 둘째날 | 박재필목사 | 2023-06-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