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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2023-12-30 11:03:42
박재필목사
조회수   124

이 칼럼은 2023년 12월 27일자 동양일보 오피니언면 <풍향계>에 실린 글입니다.
2021년부터 오늘까지 지난 3년 동안 동양일보에 칼럼을 기고하였고, 이 글을 끝으로 글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서 예수가 가르치신 비유 중에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에 대한 말씀이 있다. 비유의 내용은 이렇다.
한 농부가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었다. 포도원지기가 주인이 심은 무화과나무라 애지중지하며 삼 년을 정성껏 관리했지만 열매를 얻지 못했다.
주인은 무화과나무가 땅만 차지하고 소득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원지기에게 이 나무를 찍어버리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러자 과수원지기가 주인에게
금년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자기가 한 해 더 정성을 다해서 관리해 보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 그렇게 해서 열매를 얻으면 좋겠고, 만약 열매를 전혀 거두지 못하면 그때 가서 찍어버리자고 제안을 하였다.

목회자로서 늘 읽는 성경의 내용이지만 연말에 읽을 때면 가슴에 큰 여운을 남기는 말씀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생각난다.
금년 2023년 마지막 달을 거의 다 보냈고, 이제 불과 닷새를 남겼다. 한 해를 정신없이 달려와 막달에 이르면 올해 이룬 것이 무엇인가 되새겨 보게 된다.
이룬 것보다는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들을 분석해본다. 나의 게으름이나 혹은 무관심 때문인가, 무능함 때문인가,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시행착오 때문인가
, 아니면 사회적 환경이 그랬나, 돕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인가, 갖은 이유들을 들어서 이루지 못한 책임을 벗어나 보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에 내리는 결론은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 내 탓을 해야 한다. 꿈을 성취한 사람들은 기회가 두 배로 주어진 것도 아니고, 일 년이란 시간도
365일이 아니라 730일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사회적 또는 시대적 환경이 나보다 월등히 좋았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일을 성취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아꼈고, 시대와 상황을 읽었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를 열매로 거둔 것이다. 그들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리만큼 훌륭한 삶을 살았고, 그 보상을 이때에
누릴 자격을 얻었다
.

그러면 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불과 닷새 남은 기간에 조금이라도 정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며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해를 기다린다
. 하늘은 연말이 되었다고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금년에 떴던 태양이 새해 첫날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각오로 달려갈 수 있도록 일 년 전 그랬듯이 다시 기회를 줄 것이다. 마치 포도원지기가 주인에게 한 해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종말론적 삶을 산다고 고백한다. 메시야, 그리스도가 재림을 할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의 삶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 그래서 선하게 살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고, 이웃을 위한 봉사적 삶을 살면서,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다시없을 날처럼 살자는 신앙관이다.
그런 신앙적 인식 안에서 오늘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는 것이 축복이고, 또 마지막 기회가 된다.

2023, 불과 닷새 남은 이 해의 끝자락에서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돌아보면 역시 다사다난(多事多難)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을 일들을 지나서 오늘에 이르렀다.
한 해 잘 버티면서 살아남은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하자. 그리고 미처 이루지 못한 아쉬운 일들이 있으면 이번 주 안이라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내자.
그러고도 다 못한 일은 다시 올 마지막 기회인 내년에는 꼭 이루겠다는 열정으로 희망을 품자. 아직 목숨이 남아있으면 마지막 기회는 있다.
그 기회가 다시 버려지지 않도록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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