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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사라진다
2023-08-01 10:58:11
박재필목사
조회수   136

이 글은 동양일보 2023년 7월 26일(수)자 오피니언면 <풍향계>에 실린 칼럼입니다.

 

20237월의 장마도 아픈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장마들이 있다. 20177월 주일예배 중에 쏟아지는 비 폭탄에 교회 근처 동네가 침수되고,
교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저수지 월류 위험 안내문자들이 쏟아져서 예배를 드리다말고 교인들을 보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시골 외갓집에 갔다가 서울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강이 넘칠 위험이 있어서 기차가 한강을 건너지 못해서 서울역에 닿지 못하고 한강 전
노량진역에서 내려서 제
1한강교 인도교로 걸어서 건넜던 장마도 있다. 그 외에도 기억에 생생한 엄청난 홍수 피해들이 떠오른다.
금년에 쏟아진 이번 비에 우리 충청권은 물론이고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한시 바삐 복구되고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지난주에 쏟아진 비는 단순한 장마철의 장마가 아니라 자연의 반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6월 말경부터 7월 중순까지 많은 비가 집중되어 내리는 때를 장마라고 한다.
여름철 오랜 비를 장마라고 이름 붙여서 해마다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예보하곤 했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벌써 지난 2008년 이후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 최근 기상이변이나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서 장마가 종료된 후에도 장마에 준하거나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속출해서 장마의 종료를 발표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 그럼 장마는 있어야 하나?
이제 장마라는 단어, 혹은 기간 등이 무색해졌기 때문에 장마라는 단어 자체가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무려 500년 이상을 사용한 단어인데 이제는 의미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 기상관련학회, 언론, 인문계열의 전문가 등이 장마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재검토하는 학술대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의례히 이때가 되면 있을 것이라고 여겼고, 그렇게 일상으로 한평생 맞춰왔던 하나의 관습이 사라지게 될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결국 장마 기간에 쏟아지는 비였지만 장마 기간이라는 의미보다는 우리 지구가 맞이한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 삶의 자리에 위기로 역습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보도들을 보면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의 상관성에 대한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금년에 나타난 슈퍼엘니뇨 현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단의 데스밸리는 간혹 넘어서던 섭씨
50도를 이제는 상온처럼 넘는다고 한다. 유럽은 좋은 기후 때문에 에어컨이 없는 여름을 사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몇 년 전부터 30도를 훌쩍 넘어 33-34도를 기록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려서 열사 때문에 죽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일본 폭염 소식을 다루면서, 한 일본 시민이 인터뷰에서 일본 같지 않다는 말을 한다. 일본이 너무 더워져서 마치 적도 근처의 열대지역에
와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

우리나라도 동남아의 아열대지역처럼 장마가 아니라 스콜이 내리는 기후가 되어간다, 학생 시절에 지구과학이나 생물시간에 배웠던 몬순기후가 되어간다,
이런 진단들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결국은 인간이 지구와 자연환경을 경시하면서 이용만 한 결과 때문이다. 남 탓, 남의 나라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풍요를 꿈꾸면 이런 정도의 혜택을 누리는 문명을 고대해왔다. 그 문명에 도달한 결과에 대한 생태계의 반격을 우리가 당하고 있을 뿐이다.
장마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단어도 남아 있고, 제 철에 장맛비가 충분히 내려서 물도 넉넉해지고, 사람과 환경이 풍성한 삶을 살게 하는 장마가 그립다.
깨끗한 굵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우산 하나 들고, 슬리퍼 신고, 고인물 철퍼덕 튕겨가면서 걷는 장마 때가 그립다.
적절한 때에 적정한 양의 비를 내려주던 그때의 장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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